일상다반사/신변잡기

회, 멍게, 바다

겐도 2007. 9. 19. 22:20
부산에서 자랄때, 초등학교에 다닐때 창문만 바라봐도 바다가 펼쳐저 있었고 실제론 엄청나게 커다랄 컨테이너선이 점점이 떠 있었다. 수평선을 볼 수 있었고 드넓은 바다가 펼쳐져 있었고 조금만 가도 방파제에 부서지는 파도를 볼 수 있었다.

친척 모임이 있는 날은 언제나 즐거웠다. 이모부가 할머니들이 "고무다라이"에 몇마리 넣어두고 파는 물고기 몇마리를 사시고는 근처 가게에 들어간다. 그 집은 장소와 "찌께다시"만을 파는 집이고 방금 산 고기는 어느새 분해되어 소쿠리에 담겨져 온다.

바닷가 근처엔 그물에 해삼이나 멍게를 넣어 바다에 담가두고 파는 집들이 있었다. 주문을 하고는 바위 위에 마련된 상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멍게와 해삼이 가득 담긴 접시가 온다. 해삼은 아직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멍게만 보면 입안에 군침이 돈다. 초장에 듬뿍 찍은 멍게. 어른들이 이야기 하시는 동안 난 정신없이 멍게를 먹어 치우고는 "허참 멍게 잘 먹네"란 소리도 몇번 들었다.



서울에 오래 있으면서 가장 안좋은것 3개를 들어라고 하면 우선 바다를 보기가 힘들고 다음이 회값이 너무 비싼데다 회가 나와봐야 밑에 이상한 것만 잔뜩 넣은채 회는 몇점 안된다는거. 그리고 마지막이 멍게 보기가 힘들다라는 것. 가끔 멍게가 나오는 일식집에 가봐야 얼음위에 몇점 없다. 다행히(?) 서울 사람들은 멍게를 안좋아 해서 다 내차지긴 했지만 그래도 아쉬운 것은 매한가지이다.

최근 머리도 정신없고 스팀돌고 속은 며칠째 상태가 좋지 않고 입맛도 없는 터에 "부산가시나"가 주장한 회를 먹으로 가자는 의견을 실천에 옮겼다. 광어 "대빵" 큰거 한접시와 멍게 한접시. C1 소주는 없었지만, 멍게가 바다에서 멀어지면서 바다 내음을 많이 잃긴 했지만 그래도 내륙에서 간만에 맛보는 바다의 맛이다.


옛날 고등학교때 IOI(International Olympiad of Information:국제 정보올림피아드) 준비할 때 "Skyline 문제"가 기억이 난다. X축으로 건물의 시작 좌표와 끝 좌표, 그리고 높이가 있고 전체의 윤곽선을 구하는 문제이다. 세상을 바라보면 수평선이 뻗어있는데, 그런 풍경을 보아온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었달까. 서울에 오니 사방이 건물에 막혀 있다. 하늘은 건물사이로 빼꼼이 나와 있다. 바다는 보이지 않는다. 한참 차타고 뻘짓하고 다닐때 자주 간 곳이 있다면 그나마 가까운 바다인 서해이다. 서해로 가서 담배 두까치 피고 온다고 농담으로 이야기 하지만 사실 마음이 답답할 땐 바다가 보고 싶어진다.


짭짜름한 바다내음이 그리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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